하산길에 접어들어 가파른 내림길을 지나자 구상나무 고사목들이 배웅하는듯 서있다. 하산루트는 천왕봉에서 장터목에 내려서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백무동으로 하산하여 서울로 향하는 교통편을 이용할 예정이다. 하산길 역시 비구름으로 인해 장터목까지는 아무런 풍경도 볼수 없었다. 장터목을 지나 백무동으로 하산......
지리산의 장쾌한 능선을 조망 할수 있는 하산 길이지만 오늘 천왕봉과의 인연은 신비로움만이 가득한 이런 풍경들인가 보다.
하늘로 들어가는 문 "통천문"을 지난다. 하산길이니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서는 문......
이곳 부터 장터목에서 1박하고 아침 일찍 천왕봉을 향하는 등산객들과 자주 조우하게 된다.
잠시 강풍이 불어오면 시계가 조금 열렸다 이내 닫혀버리는데 제석봉으로 향하는 길에도 역시 비구름으로 ......
가끔 빗방울 까지 후두둑 떨어지니 발걸음이 빨라 지고 지리의 풍경을 여유있게 즐기지 못하고 서둘려 내려가는 산객들의 표정 속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배여있다.
고사목의 공동묘지라 불리우는 제석봉<1808m>에 도착한다. 이곳의 경치는 지리산 특유의 고사목들과 능선들의 조망으로 일품인 곳인데 지금 보이는 것들은 10여미터 내외의 그림들 뿐이다.
궂은 날씨에도 천왕봉을 향하는 산객들은 점점 많아진다......
이곳에도 잠시 바람이 스쳐가면 요런 풍경들이 잠간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ㅎ 제석봉은 지금처럼 나무가 없는 황량한 봉우리가 아니었다고 한다. 잡풀과 고사목들 대신 울창한 숲이 능선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는데 자유당 말기 농림부장관을 지낸 자의 삼촌이라는 자가 이곳에 제재소<목재를 가공하는 공장>를 세우고 구상나무,가문비나무 같은 고목들을 대부분 베어 내다 팔고 소문이 흉흉해지자 제석봉에 불을 질러 증거인멸을 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천왕봉을 향해 부지런히 오르는 사람들.....
제석봉을 내려서자 비구름이 조금씩 약해지는 듯하다.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장터목 대피소! < 해발1,653m의 높이에 장이 섰다고 전해온다> : 옛날 이 높은 곳에서 산청주민들과 함양주민들이 장을 열고 물물교환을 하던 곳이라는 안내판이.....
장터목 휴게소엔 밤을 지샌 산객들이 가득하고 조리장엔 아침식사중인 사람들로 만원이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을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이곳에선 세석방향으로 노고단까지 지리종주를 할수 있고 백무동과 중산리로 하산할수 있는 길도 있다. 이곳에서 9시30분에 늦은 아침식사후 10시 10분경 백무동으로 바로 하산......
하산길 초입에 바위틈에 숨어있는 "괭이눈" 이라는 꽃......비로 인해 촉촉히 젖어있다.
백무동으로 향하는 길도 여전히 비구름으로 닫혀있다. 정터목에서 백무동까지의 거리는 5.5km.....
백무동 하산길은 초반엔 고원평지와 관음죽들이 가득한 숲길이 이어진다.
장터목에서 1.5km지점까지 내려오자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우측으로 올려다 보니 하봉,중봉,천왕봉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던 기상청의 엉터리 일기예보가 얄밉기 그지없다. ㅎㅎㅎㅎ 비구름을 피해 새벽에 천왕봉을 찾은 사람들에겐 참 허탈한 일이다.......역시 과학의 힘이란 자연앞에선 무력하다!
어느덧 햇살이 산봉우리마다 비치기 시작하고.....
등산로 변에 가득한 어른 키만한 관음죽들도 뽀송뽀송해 진다....
장터목에서 절반 정도 내려오면 소지봉<1312m> 이다. 내림길에 서있는 봉우리라 그런지 밋밋하다. 높이가 1312m면 경기도에서 2등으로 높은 봉우리인데 지리산에선 하산길에 그냥 지나치는 자그마한 봉우리에 지나지 않는다.
소지봉을 지나면서 백무동 초입까지는 지루하고 가파른 돌계단길이 계속 이어진다.
참샘! 물줄기가 시원하게 나오는 곳이다. 장터목과 백무동사이에 유일한 샘이므로 장터목을 향하는 이들에겐 꿀같은 샘이리라!
계속된 급경사 돌계단길과 너덜길을 내려서다 보면 반가운 철다리가 나타나는데 건너면 바로 하동바위이다. 드디어 고도를 1000미터 아래로 떨어트려 900m정도 된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나무잎들이 초록으로 짙게 물들어 있고 시원한 그늘 길을 만들어 준다.
백무동이 1km남짓 남으면서 가팔랐던 경사로가 밋밋해지고 산행의 마무리 싯점이 다가 옴을 감지하게 되는데 하늘은 오히려 맑아지고 태양은 뜨거워져 마치 초여름의 날씨같다.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 소리는 세족이라도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게 하지만 백무동의 교통사정이 어떤지 알수 없기에 하산을 서두른다.
중산리 오름길에도 이곳 하신길에도 반달곰을 주의하라는 경고 프랭카드가......안타까운 것은 지난겨울 새끼 두마리를 낳아 키우던 어미가 죽고 새끼두마리는 실종되었다고 한다.
하산길의 마지막 경사구간이다. 등산로 옆으로 화전의 흔적이 .......
백무동 대나무 숲엔 빛 한점 들지 않을 정도로 대나무들이 빽빽하다.
오후 1시 드디어 백무동 탐방센터에 도착.......8시간여의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마감한다.
토요일 오후의 조용한 백무동......하산후 동서울행 버스시간을 기다리는 산꾼들만 삼삼오오 모여 있고 예전에 무당 마을이었다던 이곳은 조용하다. 백무교 앞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서명을 받고 있기에 기꺼이 서명하고.....< 중산리에서 장터목까지 5km구간의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지자체의 계획인데 이건 아닌듯 싶다. 멀쩡한 지리산을 또 한번 죽이려고,.......>
벡무동에서 동서울까지 하루7회 고속버스가 운행되는데 예매가 빨리 진행되어 4시버스를 탈수 밖에 없는 상황!! <하산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매표소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원지터미널에서 중산리까지 택시를 함께 이용한 그도 혼자였는데 천왕봉에서 이곳까지 각자의 산행을 하면서 세번 정도 마주치는 동안 눈 인사만 나누었을 뿐 서로 홀로 산행에 방해를 주지않기 위해 함께 하지 않고 각자의 산행길에 충실했는데 먼저 하산한 그도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지리산 솔잎동동주를 나누며 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동갑에 생일도 같은 12월이라.....반가운 만남이었다.....이상호님 ! 반가웠습니다.....
- 천왕봉 팁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30회<주말 40회> 진주행 직행버스가 운행되는데 원지터미널<3시간10분 소요>에 하차하면 중산리까지<40분소요> 운행되는 시내버스가 시간마다 운행된다.< 버스 운행이 끝나면 택시 합승가능 >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하면 아침6시 부터 법계사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순두류 자연학습장까지 올라갈수 있고 이곳에서 천왕봉으로 진행하면 초보자들도 얼마든지 오를수 있다.<중급자들은 중산리 야영장에서 바로 입산하여 칼바위를 지나 천왕봉으로 향하는 것이 산행의 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다> 하산시 장터목을 지나 백무동에 이르면 매표소에서 300여미터 거리에 동서울행 버스가 대기하고 있으므로 이 천왕봉 코스는 촤단거리로 시간적 여유가 없을때 천왕봉을 다녀 올수 있는 장점이 있다.
< 교통비 : 서초동남부터미널 - 원지 20,000원 / 원지 - 중산리 < 택시 합승시 1인 10,000원>/ 백무동에서 동서울 20,200원>
- 당일 산행으로 운행되는 산악회 버스들은 많으나 이 루트를 이용하면 번잡스러움을 피해 조용한 산행을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