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아침 장터목산장에서 잠시 휴식후 대청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아직 아침 7시4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해발1600미터가 넘는 장터목 대피소엔 산객들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제석봉을 지난다. 벌써 제석봉엔 가을 풍경이 가득하고.....
오이풀과 구절초같은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고사목의 무덤인 제석봉을 아름답게 한다.
제석봉 전망데크엔 단체산객들로 가득하고.....
1800미터가 넘는 지점에서도 오만해 보이는 천왕봉이 저만치 서 있다.
천왕봉이 700미터 남은 구간.....가을 풍경이 이미 들어와 앉았다.
천왕으로 향하는 문 "통천문 1814m"은 단체산객들로 정체현상이 일어나고.....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의 아침을 뒤돌아 보자 언제나 고고한 구상나무는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제석봉에서 연하봉 촛대봉 ................ 줄줄이 서있는 지리의 주능선
천왕의 발밑에 뿌ㅡ리를 심은 고사목 삼형제는 언제나 그자리에서 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카메라 셔터 세례를 받는다.
마지막 가파른 너덜을 지나 천왕봉에 섰다.< 오전 08:40분> 뒤돌아 본다....수많은 사람들 뒤로 말없이 이어진 지리의 주능선은 언제나 장쾌한 감동을 준다. 성삼재를 지나 첫번째 봉우리인 노고단 부터 바로 직전의 천왕봉 아래까지 25km의 긴 곡선은 한편의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천왕봉 정상석은 주말에 언제나 그렇듯 발붙일 곳도 찾기 힘들다....ㅎㅎㅎㅎ 정상석 사진을 포기하고 칠선계곡 방향으로 돌아선다.
1박 2일간의 지리산 종주의 대미를 장식하듯~천왕봉에서 칠선계곡을 배경으로 모처럼 일컷....
지리산 종주길에 우연히 만난 두분....
지천명<知天命>에 친구 두분이 함께 지리산 종주를 준비하고 도전해 멋지게 완주를 해내는 모습속에서 겸손한 마음과 진한우정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멋진 산행 그리고 아름다운 우정,인생길까지 항상 함께 하시길....
천왕봉을 내려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쉬었다가 하산길을 잡는다.
천왕샘에서 올라오는 팍팍한 너덜 급경사길을 힘겨운 모습으로 산객들이 줄줄이 올라서고 있다.
천왕봉을 내려서는 개선문 <개천문>,지나온 통천문과 같이 천왕으로 통하는 역할을 한다.
가파른 구간을 2km남짓 내려서면 빨치산의 작전 사령부 였던 천혜의 고찰 법계사에 당도 한다. 법계사 높이는 해발 1450m로 해발 1470m인 태백산 망경사 다음으로 높은 곳에 있는 사찰이다.
천왕 일출을 보기에 편한 자그마한 로타리 산장은 사람들로 가득하다....이제 3.4km만 내려가면 중산리 매표소에 당도 하게 된다.
평소에 얼굴보기 힘든 천왕봉이 법계사 뒤로 선명하고 웅장하게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1370m 무명봉에서 뒤돌아본 법계사와 천왕봉, 이제부터 가파른 돌계단으로 이어진 하산로가 당분간 이어진다.
오름길에는 좋은 휴식처가 되는 망바위를 지나고.....
지루한 계단길이 끝나는 삼거리에 당도하면 산길이 수월해 진다. < 우측은 장터목 대피소 가는길>
하산길의 마지막을 알리는 칼바위도 지나고.....
드디어 지리산 종주의 산길을 마감짓는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 < 오후12:30>
맑은 계곡수가 길고 험했던 산길의 피로를 씻어 주려는듯 시원해 보인다.
하산한 산객들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며 저마다의 산행을 마무리 하는듯~~~~
- 1박 2일 지리산종주를 마감하며 -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 종주를 위해 준비해야 할것이 무엇이고 주의해야 할점은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어떤이는 무게와<배낭>의 싸움이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대피소 예약이라고도 하고 어떤이들은 좋은 비박장비를 준비하라고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체력과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종주를 위한 인내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체력 조건에 맞는 종주 계획을 세우고 < 무박2일,1박2일,2박3일등.....> 떠나면 되는데 지리의 주능선 대부분의 풍경과 지리10경을 더불어 감상할수 있는 최고의 종주를 하려면 2박3일 일정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1박 산행만 하면 어두운 새벽에 지나치게 되는 노고단 운해를 비롯해 화개재까지의 풍경을 보기 힘들고 세석에서 천왕 일출을 위해 새벽 3시경 출발하는 산객들은 연하선경을 비롯해 지리주능선에서 가장 멋진 구간인 촛대봉에서 천왕봉까지 캄캄하고 어두운 길을 지나야 하므로 천왕봉 일출만 보고 하산하게 되고 무박으로 진행하게 되면 자신의 체력과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심만을 경험하게 될것이다. 일생에 몇번밖에 경험할수 없는 지리산 종주이므로 한번을 종주하더라도 지리 주능선의 전부를 세세하고 여유있게 감상할수 있는 산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산행길이 될것이다.
- 모처럼 연휴가 시작되어 05월 01일 지리산을 찾았다. 초파일인 05월 02일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새벽 일찍 남쪽 산청 중산리에서 올랐다가 북쪽 함양 백무동으로 하산 할수 있도록 산행계획을 세우고 중산리 매표소에서 새벽 04시50분에 천왕봉을 향해 출발한다.< 입산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진주행버스이용 원지터미널 하차후 택시로 중산리이동 ,귀경 : 백무동터미널 동서울행 직행버스이용>
< 지리산 정상 봉우리인 천왕봉(1915m)을 당일 코스로 진행하기 위한 최적의 코스는 중산리매표소에서 천왕봉을 지나 백무동으로 하산하거나 백무동에서 전왕봉을 올랐다가 중산리로 하산하는 루트인데 수도권에서 교통편등을 감안해 볼때 중산리매표소를 들머리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중산리가 가까운 경남 산청 원지터미널까지 평일엔 30여회 주말엔 40여회정도 28인승 버스가 운행되며 날머리인 백무동에서는 1일 7회 동서울행 직행버스가 운행된다.>
새벽시간 탐방지원 센터를 지난다. 아침 6시 부터 순두류자연학습원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조금더 수월하게 천왕봉에 오를 수 있지만 비구름이 몰려오기전 하산하기 위해 이른 새벽시간에 입산을 ......
중산리 야영장에서 이정표를 보고 좌측길로 접어들면 얼마 안가 등산로가 시작된다.
컴컴한 산길을 헤드랜턴에 의지해 홀로 걷는다. 짙은 암흑속에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만 들려오고 그리 가파르진 않지만 돌투성이의 등산로가 계속 이어지는데...... 어둠 속에서도 형태가 분명하게 보이는 뾰족한 칼바위
< 이성계와 연관 된 전설이 있는 뾰족한 바위 : 조선태조 이성계가 왕이 된 후 이성계를 해하려는 자가 지리산의 큰 바위에 은신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부하장수에게 찾아서 목을 베어 오도록 명하였는데 그 장수가 지리산을 헤매다 지금의 칼바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르러 큰 바위 아래에서 공부하는 자를 발견하고 칼로 내리쳤다. 그러자 큰 바위가 갈라지고 칼날은 부러져 이곳까지 날아와서 뾰족한 칼날 형상의 바위로 변하여 칼바위라고 했다는......>
칼바위를 지나고 잠시후 장터목산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좌측은 장터목대피소를 지나 천왕봉으로 갈수있고 가파른 직진코스는 법계사를 지나 바로 천왕봉으로 오를수 있는 최단거리 급경사 루트..... 이곳에서 만난 등산객 일부는 좌측으로 진행하고 일부는 급경사 루트를 따라 직진한다.
가파르고 팍팍한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다 보니 서서히 하늘이 열리고 지리의 아침이 서서히 시작된다.<황금능선 방향 조망>
가파른 돌길을 오르다 보면 가끔 가파른 나무계단도 지나게 된다.
갈림길 삼거리 부터 법계사 까지는 잠시도 평탄한 길은 없고 급경사 가파른 길을 계속 오르고 올라야 한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고 산 새소리 청아하게 들려올때 쯤 망바위에 도착하다. < 이곳 부터 해발이 1000m가 넘어서게 된다 / 망바위 1068m>
오름 길에 만난 60대 산객들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급경사 길을 오르고 있다. 정말 체력 관리를 잘 하신 분들 같다.
1시간 50여분만에 천왕봉아래 법계사가 눈에 들어 오는 곳에 ......도착한다.
잠시 평탄한 길이 이어지는데 좋았던 하늘은 비구름이 더해지고 법계사 뒷편의 천왕봉은 비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로타리대피소에는 지난 밤을 지새운 산객들로 만원이다. 35명이 정원인데 100여명이 넘어보이는 산객들이 밤을 보낸 모양이다.천왕봉을 오르기 위한 사람들.....아침식사 준비에 분주한 등산객들.....넘치는 인파에 잠시 쉬어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그냥 진행한다.
법계사 일주문을 지난다. 초파일인데 아직 오전7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라 번잡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법계사가 자장 높은 곳에 있는 사찰로 알고 있는데 1450m에 자리 하고 있어 태백산 망경사<1470m>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높은 고도에 있는 사찰이다. <설악산의 봉정암은 1244m로 세번째>
지리산의 높은 요중지에 있는 사찰이라 법계사에는 빨치산의 지휘본부가 자리하기도 했었다.
법계사 뒤편 암봉위에서 중산리가 희미하게나마 조망된다. 법계사 부터 2km남짓 계속되는 급경사 구간으로 천왕봉까지.....
아마도 천왕봉 일출을 보러 왔다가 하산하는 산객들인가보다. 벌써 하산길에....
해발1500M가 넘는 등산로엔 봄의 전령인 진달래도 아직 제대로 피지 못했다.
한 두송이 피어 있고 이제서야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단체로 지리를 종주하는 산객들이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고도가 높아 질수록 구름띠가 짙어져 시계는 짧아진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땀흘리며 힘겹게 한걸음씩 오르면서도 산에서 처음 보는 산객들이지만 인사도 나누며 오늘의 산행을 예측해 보기도 하고.....
구름이 점점더 몰려 오는데다 세찬 강풍까지 불어와 정상이 가까워 옴을 실감해 본다.
세찬 강풍이 지나고 나면 잠깐 시계가 열리기도 하고.....
이 구간을 올라서 가파른 돌길을 지나면 개선문에 당도하게 되는데.....
개선문(凱旋門)앞에 섰다. 천왕봉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개선문이라 할수 있겠지만 원래 "하늘을 여는 문" 이라는 뜻의 개천문(開天門) 이었다고 하는데 ......
제석봉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에 '하늘에 오르는 문'인 통천문(通天門)이 있으므로 개천문이라 부르는 것이 합당한듯.....
개선문에서 부터 800미터 구간은 천왕봉으로 향하는 급경사 루트 중에서도 가장 가파른 길들의 연속이다. 의지와 인내를 요하는 구간!
가문비나무 터널길 또한 하늘로 오르는 관문 처럼 보인다.
비구름으로 10여미터 전방도 보이지 않는 곳에 사다리! 저 사다리의 끝은 하늘이 아닐까? 하는 상상이 든다....ㅎ
기나긴 세월을 강풍에 맞서 홀로 서 온 구상나무 한 그루......이젠 고사목이 되었는지 가지만 무성할뿐 잎이 없다.
천왕봉을 300여미터 두고 암반에서 솟아나는 천왕샘! 남강의 발원지라고 하는데.....
그 물 맛은 가히 말로 표현 할수 없다!....샘무ㅡㄹ 한잔에 등줄기 까지 시원해지는 차가운 물 맛!
이제 마지막 300여미터의 급경사 길을 남겨두고 힘이라도 내라는 양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천왕샘!
다시 천왕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비구름으로 가득 채워져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가파른 너덜 길이 기다리고 있다.
코 앞에 천왕봉이 서 있는데 ..... 보이지 않는다!
08:10분 천왕봉에 당도한다. 중산리에서 3시간20분만에 정상에 .....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우는 지리의 천왕봉은 하늘문을 닫은채 서 있었다.
이곳의 날씨와 풍경은 겨울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손이 시려오고 세찬 강풍이 몰아치고......비구름으로 전망조차 없는 야속한 천왕봉...ㅎㅎㅎ ㅎㅎ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의미라 하여 지리산(智異山)이라 불렀고 또 ‘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였다는 지리산! 그 산의 주봉 천왕봉!
대부분의 산객들은 정상석에서 기념컷만 남긴채 세찬 강풍과 추위를 피해 하산을 서두른다.
정상석 곁에서 일컷하고 ......
장쾌한 지리의 조망은 기대할수 없지만 눈앞에 희미하게 펼쳐진 신비로운 풍경만으로도 가슴벅차다!
후일을 기약하며 장터목 방향으로 하산길에 ....
예전 천왕봉 정상석 뒷면에는 조식선생의 천왕봉이라는 한시에서 따온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 (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 "라는 시구가 적혀져 있었다고 한다.
천왕봉[天王峰] /조식(1501~1572)
請着千石鐘 /청간천석종/ 청하여 천석종을 보니
非大叩無聲 /비대구무성/ 큰 종채가 아니면 소리가 나지 아니한네
萬古天王峰 /만고천왕봉 /만고의 천왕봉은
天鳴猶不鳴/ 천명유불명 /하늘은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아니하네
정상석 뒷면에 음각된"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는 80년대 어느 정치인에 의해 경남인으로 새겨졌다가 <경남인 -> 영남인 -> 한국인>으로 변경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정상석 뒷면이 패여있는 흔적이 뚜렷이 남아있었다.